나는 장르문학을 잘 접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참 슬펐다. 그의 글을 제대로 볼 수 없었기 때문이다. 국문, 철학, 역사에 관심이 많았기 때문에 다소 학술적이고 고전스러운 작품들을 많이 접했다. 지금은 장르문학에 대해서 관심갖지 못한 사실이 부끄럽다. 그가 하늘나라로 갔기 때문이다. 평생 장르문학을 읽고 장르문학에 대해서 이야기한 그의 리뷰를 한동안 볼 기회가 있었다. 차분한 어조로 지금까지의 장르문학 계보를 가지고 작품을 바라보는 묵직한 시선을 느낄 수 있었다. 그 분야에 대한 작품들을 모조리 섭렵한다면 그 작품이 가지고 있는 위치나, 이전 작품에 비해서 얼마나 성장했는지를 알 수 있다. 장르문학 초심자와 장르문학 출판사 입장에서는 하나의 산이라고 할 수 있다. 장르문학을 가지고만 이야기하면 그의 반 정도밖에 모르는 셈이다. 그는 자신과 같은 곳에서 이야기하는 사람들을 사랑했다. 자신의 블로그(서재)에 남긴 댓글에 모두 따뜻하게 답글을 달아준데다가 댓글을 달아준 블로거(서재지기)에게 가서 그의 글을 읽고 화답하는 댓글을 달아줬다. 그에게 이웃들은 장르문학이었다. 이웃들의 글을 통해 성장을 지켜보면서 이야기를 계속 나눴다. 나도 그를 통해 삶이 변화된 경우다. 책 정보와 리뷰어와의 소통에 목말라하던 나의 글을 유심히 읽은 그는 나에게 리더스가이드라는 도서포털사이트를 추천해줬다. 그곳이 어떤 곳이며 어떤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인지 따뜻하게 설명해 주었다. 나는 그 사이트에 곧잘 적응하였고, 내친 김에 그 사이트에서 2년 정도 일을 하게 되었다. 책을 사랑하고 우리나라의 출판현실을 알게 해준 계기는 사실 그로부터 시작한다. 언론운동을 하면서도 책을 들고 다니고, 출판사 사람들을 계속 만나고, 책을 통해서 세상을 바꿔보고 싶다는 나의 꿈이 시작되고 강화되고 성장하는 모든 시작점은 바로 그이다. 그는 바로 알라딘의 물만두이며 리더스가이드의 rossini이다. 그의 명복을 빈다. 1900여개의 장르문학 이야기와 함께 물만두라는 산이 멈춰섰다. 아마 오랫동안 그곳에 서 있으면서 하늘을 가릴 것이다.